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초라한 한 남자의 죽음. 그를 추억하는 이들은 없지만 그가 남긴 유품들은 그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고 누군가는 그 흔적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카이브에서 하는 수집과 보존의 작업 역시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은 작은 전단 한 장, 필름 한 조각이 모이고 간직돼 훗날 조각난 한국영화사를 맞추는 하나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낮잠을 자던 남자는 꿈속에서 모자가 되어 누군가의 머리 위에 올라타 현재와 과거가 조우하는 기이한 시간 속을 여행한다. 그곳에는 그는 어쩌면 한국영화사에 존재했을지 모를 어떤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사라진 한국영화’라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백일몽과도 같은 환상기행.